김유정 작가는 인간과 자연, 그 중에서도 식물과 인간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공생의 흔적을 조형적으로 탐구해온 시각예술가이다. 작가는 프레스코화, 아크릴화, 틸란드시아 식물 설치, 라이트박스,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인간이 만든 구조물 위에 식물적 생명성을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작가는 수집된 오브제들을 틸란드시아로 뒤덮거나, 회벽을 긁어낸 프레스코화로 식물이 인공물을 잠식·재구성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디스토피아적 자연 회귀와 식물의 자생력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자연 지배 욕망을 비판하고, 생명의 유기적 연대와 공생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김유정은 인간과 식물이 맺는 관계, 그리고 식물의 사회화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식물의 힘, 생명과 문명 사이의 관계를 반영하는 작업을 행해왔다.
특히 작가의 스크래치 기법의 프레스코 작업은, 석회 벽면을 긁는 행위를 통해 마치 조각처럼 상처를 새기며, 생명과 시간, 고통에 대한 은유를 만들어냈다. 작가는 플랜테리아 카페를 찾아다니며 식물의 장소성에 주목하였다. 식물 카페는 사람들이 모이는 치유의 장소이자, 동시에 화려한 조명 아래 인간을 위한 시각적 장식 역할을 맡은 식물들이 상처 입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풍경은 수많은 상처가 깃든 프레스코화로 구현되며, 빛에 의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조각난 파편들은 이미지 안에서 생생하게 표현된다.
김유정 작가는 작업은 ‘식물이라는 자연과 예술이라는 인공’ 사이에 놓인 경계의 문제를 탐구하면서 양자 사이의 적극적인 매개 주체가 되기를 자처한다. 또한 돌보기, 보살피기라는 피상적 목적과 변명으로 자연을 속박해 온 인간의 관조적 욕망이 야기한 ‘공원’, ‘정원’과 같은 인공 자연이 종국에 다다른 종말과 파국(破局)의 상황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인간의 자연 지배의 욕망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작가가 전하는 이러한 ‘식물성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다. 인간의 변덕스러운 욕망을 묵묵히 들어주었던 자연은 언제나 피해자였지만, 인간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 오늘날의 식물로 대별되는 자연을 ‘이식된 자연’, ‘사회화된 자연’으로 비틀어 놓기도 했지만, 자연은 ‘중간 서식지에서의 인공 자연’의 모습임에도 자신이 인간에게 받은 상처에 대해 보복과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언제나 스스로 치유하면서 오늘도 인간에게 ‘공생 제안’ 이라는 화해의 손길을 내밀 따름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드러내며 상처를 극복하는 프레스코화의 식물들,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서 계속 뻗어나가는 식물의 줄기들, 버려진 것들에 생명을 새로 입히는 틸란드시아의 생명력에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소통의 대화를 거는 자연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성호_「이식된 자연이 전하는 ‘식물성 메시지’와 공생의 미학」 『김유정』 , 카탈로그 레조네, 2022-
모서리 숨
폐제품 재활용_KH 필룩스 고정형 LED 등기구, 인조식물
120cm x 30cm(X5)_2024
한때는 인간의 공간에서 삶의 시간이 녹아들며 사용했던 무용의 물건들, 쓰임을 다한 제품이 빛과 인조 식물을 만나며 새로운 숨을 이어간다. 그것이 만들어 낸 공간의 간격은 초록의 식물과 회색빛 음영의 조화로 동양적인 미감을 체감하게 하며, 그림자의 농담은 새벽 산수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생산과 폐기를 반복하는 순환 속에서 재탄생된 치유의 빛과 음영으로 완성된다.
짙은 푸름은 빛을 머금고 화면 안에서 은은히 발광하며, 감각의 경계를 흐려놓는다. 유기적인 형상은 숲과 안개의 잔상을 떠올리게 하며, 구체적 이미지 없이 시선의 깊이를 확장한다. ‘벽’은 차단이 아닌 유입의 장치로 전복되어 감각을 끌어들이는 표면이 된다. 라이트박스 안에 겹겹이 쌓인 푸른 흔적은 밀도와 시간의 흔적이다. 이는 숲의 잔상처럼 화면을 채우며 고요한 내면의 감각을 환기한다. 정지된 듯한 이 벽은 살아 있는 생명성과 감각의 층위를 마주하게 한다.
달을 삼킨 섬, 떠다니는 낮
The Island That Swallowed the Moon, The Drifting Day
fresco, scratch on lime wall
115.2cm x 65.2cm(X3)_2023
달을 삼킨 섬, 떠다니는 낮은 정원수, 화분, 식물원과 같이 간의 생활공간 안에 살아가고 있는 식물을 조망한다. 관상의 대상이 된 식물처럼 예기치 않은 장소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의 소외에 대한 작가의 예민한 감수성을, 거친 프레스코화를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밤과 낮의 길이
The Length of Night and Day
fresco, scratch on lime wall
50.3cm x 50.3cm_2022
선각적 텍스처로 드러나는 프레스코화 밤과 낮의 길이는 누구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밤 풍경의 모습이다. 나무 사이 뜬 달처럼 인공조명이 지속적으로 비추며 낮의 연속으로 만물이 광합성을 쉬고 모두가 잠들어야 할 시간에도 쉼이 없는, 자연의 입장에서 볼 때 아름답게 비추는 빛의 이중성을 표현하였다.
개인전
2025 ≪별난 꿈구는 이웃하는≫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 ≪야생찬가≫ BODA 갤러리, 서울
2024 ≪깨어있는 사물들≫ 조명박물관, 양주
2022 ≪유희랜드≫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하얀 사과_White Apple≫ KS갤러리, 서울
2021 ≪붉은 공기와 모서리 잔상_Red Air and Afterimage of Edge≫ 금호미술관, 서울
2020 ≪잠식항_Submerged Vessel≫ 서구문화재단 정서진아트큐브, 인천
2018 ≪식물에도 세력이 있다_Plants Also Have Power≫ 소피스갤러리, 서울
2017 ≪숨의 광경_Breath Perspective≫ 갤러리 밈, 서울
2016 ≪조각난 숲_Carved Grove≫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숲_Grove≫ 소피스갤러리, 서울
2015 ≪생존조건_Survival Needs≫ 갤러리 도스, 서울
2014 ≪전도된 풍경_Reversed Landscape≫ 선광미술관, 인천
2013 ≪침묵의 정원_Silent Garden≫ 이랜드스페이스, 서울
2012 ≪김유정 Fresco전≫ 신세계 센텀시티 윈도우갤러리&VIP라운지, 부산
2011 ≪화분이 있는 풍경≫ 갤러리 그림손, 서울
≪Upside-downed Inside≫ 신세계갤러리, 인천
2008 ≪Skin of the Roof≫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6 ≪중국국제아트페스티벌 김유정 Fresco전≫ 산둥성, 중국
≪김유정 Fresco전≫ JM갤러리, 상하이, 중국
≪Caving the Desire≫ 스페이스 빔, 인천
2005 ≪욕망의 그늘≫ 신세계갤러리/갤러리 인데코, 인천
≪담을 수 없는 그림자≫ 갤러리 정, 서울
2003 ≪벽과 그림자 읽기≫ 관훈갤러리, 서울
그룹전
2025 ≪사물로부터≫ 모란미술관, 남양주
2025 ≪생태의 집-한옥≫ 사비나미술관, 서울
2025 ≪2025 세상의 모든 드로잉≫ 아트테인, 서울
2025 ≪이 말을 하고 싶어요≫ 애그갤러리, 여수
2022 ≪3650storage/인터뷰,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서울미술관, 서울
≪마르기 전에_김유정x이진영 2인전≫ 갤러리526, 서울
≪Daegu-Paris Art Exhibition 2022_BLUE BIRD≫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_공존: 호모심비우스의 지혜≫ 팔복예술공장, 전주
≪자태≫ 대구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 대구
≪한 여름 밤의 꿈≫ 롯데갤러리, 인천
≪동시대미감전_식물키우기≫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성남
≪다르게, 조금 더 가깝게 3인전≫ 의정부미술도서관 전시관, 의정부
≪치유의 기술≫ 뮤지엄1, 부산
2021 ≪홀로세(Holocene)의 미래_중구문화재단 기획전≫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모카 팔레트≫ 모카가든미술관, 남양주
≪a markⅡ_낯선 신호, 기울어진 대상≫ 삼육빌딩, 서울
≪물과 바람의 시간≫ 청주시립 대청호미술관, 청주
≪제6회 아트페스타제주: 산지열전≫ 산지천갤러리, 제주
≪오노프 ONOOOFF≫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푸른 유리구슬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 서울대미술관, 서울
≪낙관주의자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향기공화국≫ 정읍시립미술관, 정읍
≪제8회 아마도에뉴얼날레_목하진행중≫ 아마도예술공간, 서울
≪블루아트페어≫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아트마이닝 서울 2021: INTO THE FOREST 숲으로≫ 스페이스 445, 서울
≪공유지_김유정x구기정 2인전≫ 복합문화공간 L.A.D, 서울
2020 ≪횡단하며 흐르는 시간≫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개인 시대의 사회_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 의정부미술도서관 전시관, 의정부
≪예술하라≫ 팔레트서울, 서울
2019 ≪Dear 식물_느슨한 연대≫ 소다미술관, 화성
≪뜻밖에 초록을 만나다≫ 수원시립미술관 아트스페이스 광교, 광교
≪Asia Art Connection≫ 유진갤러리, 서울
≪재-분류: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
2018 ≪2018 아트마이닝 서울≫ DDP, 서울
≪원더랜드≫ 갤러리 지오, 인천
≪HELP EARTH HELP US_우리의 집, 지구 기획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일산
≪오늘이 내일에게_삶의 현장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 2nd 전국청년공모선정작가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아트프로젝트울산 2018 ICAPU/18 WAVE 기획전≫ 갤러리라온, 울산
≪아트부산 2018≫ 벡스코, 부산
≪부산시립미술관 신소장품전≫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17 ≪FRACTAL기획전≫ 신세계갤러리 본점 본관 아트월, 서울
≪글로벌 아트콜라보 2017≫ 코엑스, 서울
≪두 개의 통로≫ 아트스페이스 인, 인천
≪소장품 주제기획전 Breath≫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성남
≪우리미술관 골목길 프로젝트 지붕 없는 갤러리≫ 우리미술관, 인천
≪인천아트플랫폼 7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_플랫폼아티스트≫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5인의 HIGH NOON 신한갤러리 역삼 그룹공모 5주년 기획전≫ 신한갤러리 역삼, 서울
2016 ≪협업프로젝트 예술가의 노동을 대하는 자세_Wave Incubating≫인천아트플랫폼, 인천
≪바람이 짓는 집≫ 신세계갤러리, 인천
≪비밀의 화원≫ 서울미술관, 서울
≪IN-spire≫ 아트스페이스 인, 인천
≪창작공간페스티벌_감각적 현실≫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
≪WET PAINT≫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숲의 숨≫ 신세계갤러리, 인천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정원유람기≫ 청주시립 대청호미술관, 청주
≪그들만의 시선≫ 갤러리 그림손, 서울
≪6기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보고전≫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주요 수상 및 선정
2025 소버린 아시아 미술상 특별상 수상
2024 필룩스라이트아트공모전 선정
2022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작가 개인전 선정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선정
2021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선정
2020 인천문화재단 인천형예술인지원사업 다년지원 선정
2018 제2회 남도문화재단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전 대상 수상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선정
2015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선정
2014 인천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선정
2013 겸재정선미술관 내일의 작가상 수상
프레드로잉비엔날레 작가 선정
2012 이랜드 문화재단 3기 작가 선정
2010 인천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선정
2009 제4회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아카이브 등록작가 선정
2006 인천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선정
레지던스 프로그램
2015 – 2017 인천아트플랫폼 6, 7기입주작가
2012 – 2014 OCI 미술관창작스튜디오 2, 3기 입주작가
주요 작품 소장처
정부미술은행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OCI미술관